블러드 차일드
🔖 “만약 이게 제가 하는 일이라면, 왜 당신을 흑인 여성으로 보게 되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 거죠? 당신을 백인이나 흑인 남자로 보는 것보다 더 진실인 것도 아닌데요?”
“말했다시피, 너는 삶이 너를 준비시킨 대로 본단다.”
🔖 그런데 내가 누구란 말인가? 내가 글을 통해 하는 말에 왜 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나에게 할 말이 있기는 한가? 맙소사, 나는 SF와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었다. 당시 직업으로 SF를 쓰는 작가는 거의 백인 남자였다. 내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글쎄, 어쨌든 그만둘 수 없었다. 긍정적인 집착이란 두렵다거나 의심이 가득하다는 이유만으로 멈출 수 없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집착은 위험하다.
(...) 의심은 온갖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SF가 흑인에게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떤 종류의 문학이든 흑인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과거, 미래, 현재에 대한 SF의 사고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대안적인 사고와 행동을 경고하거나 고려하는 SF의 경향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과학과 기술, 혹은 사회 조직과 정치 방향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SF의 탐구는 무슨 쓸모가 있을까? 기껏해야 SF는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할 뿐이다. SF는 독자와 작가를 다져진 길 밖으로, ‘모두’가 말하고 행하고 생각하는 좁고 좁은 오솔길 밖으로 끌어낸다. 지금 그 ‘모두’가 누구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흑인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